케이’s 큐레이션
모빌리티, 그중에서도 택시 시장에 뛰어들었던 여러 스타트업의 소식을 아시나요? 규제의 벽에 가로 막혔던 ‘타다’부터 사업이 잠정 중단된 공유 승차 플랫폼 ‘럭스’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좌절을 겪었는데요.
이와중에 설립 1년 만에 800억 원을 투자 받으며 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택시 스타트업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어요. 바로 아이엠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입니다. 오늘은 프리미엄 택시로 특별한 승차 경험을 제공하는 진모빌리티의 이성욱 대표를 만나고 온 썰을 풀어볼게요!
진모빌리티, 어떤 회사?
프리미엄 승합차 택시 '아이엠(I.M)'을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는 2020년 설립됐어요. 기존 법인택시 회사 9곳과 정보통신(IT) 회사가 함께 설립했는데요. 얼마 전 유안타인베스트먼트, T인베스트먼트, 하나-에버베스트 등으로부터 약 800억 원을 투자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저는 작년 여름 진모빌리티가 한창 투자유치를 준비할 당시 창업자인 이성욱 대표를 만나고 왔는데요. 택시 회사 2세였던 그가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만들고 대규모 투자까지 이끌게 된 배경을 자세히 듣고 왔답니다.
“전통 산업에서 혁신을 꿈꾸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회사 9곳과 IT 회사인 MHQ가 합병되어 만들어졌어요. 택시 배차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하기 위해 카이스트와 협력도 하고 있고요.
케이: 창업 배경이 독특하신데요. 이미 택시 회사를 운영 중에 험난한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드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성욱 대표(이하 이): 부친께서 택시 회사를 운영하셨어요. 그 뒤를 이어 제가 사업을 맡았는데요. 부친과 저의 경험을 합치면 50~60년의 택시 사업 노하우가 있는 셈이죠. 혁신적인 플랫폼은 IT 업계에서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많아요.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IT 회사가 플랫폼을 만들어내긴 했으니까요. 하지만 기존 사업자가 혁신을 만들어내지 말란 법도 없다고 생각해서,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미국에서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생겨났을 때부터 꾸준히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케이: 설립 약 2년 만에 800억 원이나 유치하셨는데요. 앞으로 투자금은 어떻게 쓰실 계획인가요?
이: 대부분의 투자금은 운영 택시를 늘리는 데 쓸 생각이에요. 나머지는 배차 간격 조정과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IT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고요.
케이: 택시 회사들이 카카오택시 등 소위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우리나라 택시 산업 구조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 기본 요금이 매우 낮아요. 요새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료로 3000~4000원 정도를 내잖아요. 그런데 택시의 경우 4명이 2km를 이동해도 3800원만 내면 돼요. 음식 배달 비용보다도 낮은 셈이죠. 기존 택시 회사들은 번 돈을 택시를 더 사거나 건물을 사는 데 썼어요. 낮은 요금으로 수익을 내려면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 보다는 당장 돈을 벌 구석에 투자하게 되니까요.
“탑승 경험을 바꾸다, 프리미엄 택시 수요 겨냥”
케이: 카카오택시나 우티(우버와 티맵의 합작 법인)와 차별점이 있다면?
이: 카카오택시는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하기 때문에 아이엠택시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지 않아요. 카카오택시나 우티의 경우 택시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 플랫폼 중개만 하는 경우도 많고요.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탑승 경험’에 집중했어요. 대화를 원하지 않는 승객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 택시 안 냄새 제거 등 기사님들을 교육하는 데 힘을 쏟고 있죠.
진모빌리티는 현재 약 500대의 택시를 모두 ‘직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기사님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드리는 대신 회사가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을 인수하게끔 하고 있죠. 앞으로도 직영 체제로 운영하는 택시를 약 1500대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여기서 잠깐! 복잡한 모빌리티 산업 구조를 잠깐 알아보고 갈까요?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요. Type1은 플랫폼 운송 사업, Type2는 플랫폼 가맹 사업, Type3는 플랫폼 중개 사업.
Type1은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과 운송 수단을 확보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일반 택시와는 달리 배회 영업(예약 없이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행위)을 못하고요. Type2는 택시를 가맹점처럼 운영하는 방식으로 카카오T블루나 아이엠 등을 포함해요. 단순 중개만 하는 Type3는 카카오T나 우티 등이 속하는 방식이고요.
“흑자 달성이 눈 앞, 신생 스타트업이 어떻게?”
케이: 지난 연말 '위드 코로나' 시기 한 달 정도 흑자 달성에 도달했다고 들었어요. 회사 설립 2년차에 빠르게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아이엠은 프리미엄 택시기 때문에 기본요금이 4500원으로 일반 택시보다 비싸요. 또 직영으로 운영하는 택시 회사를 모태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택시 산업에 뛰어들 때보다 유리하기도 했고요. 수십년 동안 쌓아왔던 기본적인 운송 사업 운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량비 외 부대비용 구조, 흑자를 낼 수 있는 가동률 등 세세한 디테일을 이미 알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케이's 코멘트
여성이라면 누구나 택시를 탈지, 말지 고민을 한번쯤 해봤을 거예요. 늦은 밤, 택시를 탔을 때 느낀 불안감과 불편함 때문. 아이엠은 이런 불안감과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 같아요. 타다도 프리미엄 택시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기사님 관리를 미흡하게 해 사고가 터진 적이 있는데요. 아이엠은 기사님을 직접 고용하고 교육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안심을 주고 있어요.
다만 장기화하는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대처할지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2021년말 잠깐 BEP(=손익분기점)에 달성했는데, 올해 9시 영업 제한 탓에 BEP와 조금 멀어졌거든요. 대중교통 막차 시간즈음부터 택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 보니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