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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슈

😎 독점하면서도 당당한 기업이 있다? (ft. ASML, 노광장비, EUV, 반도체)

네덜란드 ASML이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곳이에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요. 심지어 나스닥 100 지수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평가가 좋죠.

 

반도체 장비기업이 한두 개가 아닌데 유독 ASML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 지금부터 설명해드릴게요.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 노광장비 : 반도체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공정에서 사용되는 장비. 이 빛이 가늘어질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어요.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노광장비의 성능이 중요해요.

* EUV : 극자외선이라고 해요. 이전에 노광장비에서 쓰이던 ArF(불화아르곤) 레이저 같은 빛보다 훨씬 파장이 짧아요. EUV가 적용된 노광장비는 더 섬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지만 그만큼 값비싸죠.

* 파운드리 :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산업이에요. 요청한 성능에 맞게 반도체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력이 중요해요. 

EUV 장비 NXE:3400 (출처: ASML)

◆ 아무도 못 만드는 제품 = 돈

ASML은 반도체 장비 중에서도 정확하게는 노광장비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글로벌 노광장비시장에서 8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죠.

 

특히 노광장비 중에서 EUV 장비를 독점하는 중. ASML의 기술력을 따라갈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없어요. 대체 뭐가 어렵길래 그러냐고요?

 

EUV는 공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계 내부를 완벽한 진공 상태로 만들어야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웨이퍼에 EUV를 쬐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사경으로 미세한 조정을 거쳐야 해요. 그렇게 해서 새기는 회로는 폭이 겨우 몇 나노미터(nm) 수준. 참고로 1나노미터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에 불과해요.

 

정리하면 아주 가늘고 섬세한 빛을 → 진공 상태에서 → 수십 개의 반사경으로 조정해 →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복잡한 회로를 그리게 하는 기계가 바로 EUV 장비인 거죠. 

 

‘EUV 장비는 우주선보다 만들기 어렵다’, ‘지구에서 쏜 빛으로 달 표면을 맞추는 정확도’ 같은 표현이 있을 정도에요.

 

ASML은 이런 EUV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같은 주요 반도체기업들에 공급하고 있어요. 요즘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EUV 장비가 필수라, 여기저기서 주문이 마구 몰려들고 있다고.

 

하지만 EUV 장비 판매량이 2021년에 겨우 42대라는데? 노노. ‘무려 42대’라고 표현해야 맞아요. 왜냐하면 장비 한 대당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ASML 2020~2021년 실적 및 반도체 장비 판매량 (출처: ASML)

 

 

ASML은 2021년에 전체 반도체 장비 258대를 팔아서 매출 136억 5300만 유로를 거뒀어요. 우리 돈으로 무려 18조6400억 원을 번 거죠. 그런데 그 중에서 EUV 장비 비중이 46%니까, 계산해보면 EUV 장비 한 대당 가격이 1억5천만 유로(약 2050억 원)네요. 와우!

 

심지어 이 가격은 2020년보다 올라간 거에요. 그 때는 EUV 장비 한 대당 1억4300만 유로 정도였고, 판매량은 31대였죠. 안 그래도 비싼 장비에 더 높은 가격표가 붙은 데다 더 많이 팔리기까지 한 것. ASML 매출이 2020년 103억1700만 유로에서 1년 만에 껑충 뛴 이유죠.

 

◆ ASML의 미래는?

올해 ASML의 목표는 EUV 장비 55대 팔기. 이 중 6대는 출하 문제로 실적 반영이 2023년으로 미뤄진다는데, 그렇게 쳐도 2022년 EUV 장비 매출이 작년보다 25% 늘어날 거라고 해요.

 

그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도 ASML의 EUV 장비 패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 가뜩이나 장비 제작 난이도가 높은데 반도체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삼성전자와 TSMC의 대결.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이고 그 뒤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추격하고 있어요. 어느 기업이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를 두고 씨름하는데, EUV 장비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삼성전자와 TSMC 모두 EUV 장비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 또 최근에는 인텔까지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해서 EUV 장비 쟁탈전에 가세했어요.

ASML 지역별 매출. TSMC가 있는 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의 매출이 가장 많아요. (출처: ASML)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반도체기업까지 반도체 생산에 EUV 적용을 추진하고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EUV 장비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수는 없는 상황.

 

ASML은 2024년쯤 되면 선도 반도체기업 대부분이 EUV 장비를 사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all advanced node chipmakers expected to use EUV in production by 2024).

 

EUV 장비 자체도 계속 발전하고 있죠. 현재 장비보다 더욱 발달된 장비(EUV 0.55 NA platform)가 개발되는 중이에요. 이 장비는 기존 반도체보다 60% 작은 크기에도 3배 더 높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요. 쉽게 말해서 더 작고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

 

새 EUV 장비 시제품은 2023년 나와서 고객사별 연구개발을 거친 뒤 빠르면 2025년부터 반도체 양산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돼요. 소문으로는 새 장비의 가격이 대당 3천억 원을 넘어갈 거라고 해요.

 

EUV 독점기업 ASML의 전성기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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