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년 동안 지속적으로 ‘떡밥’을 뿌려댄 게임이 있습니다. 8년 동안 게이머들의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뚫고 치솟았고, 그에 따라 출시 직전 이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의 주가도 역대 최고 가격을 찍었죠.
그리고, 게임이 출시된 지 8일 만에 주가는 정확히 ‘반토막’이 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듣고도 어떤 게임인지 아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맞습니다. 바로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 Project RED(CDPR)에서 개발한 오픈월드 슈팅 게임, ‘사이버펑크 2077’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출시로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CDPR의 주가는... 아뿔싸, 이제 반토막도 아니네요.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직전과 비교하면, 음, 네. 잘 쳐줘서 1/3정도로 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이 CDPR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과연 CDPR의 주가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요?
◆ ‘위쳐’ 개발사가 만든 세계 최고의 기대작, CDPR 주가를 ‘20배’ 끌어올리다
혹시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위쳐’를 알고 계신가요? 위쳐 시리즈는 폴란드의 소설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에서 시작된 지식재산(IP)입니다.
동유럽권에서는 유명했지만 세계적 인지도는 낮았던 이 소설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올린 것이 바로 CDPR의 2015년작 게임, ‘위쳐3:와일드 헌트’ 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천만 장 이상이 판매된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이 선정한 2010년대 최고의 비디오게임 순위에서 ‘젤다의전설:야생의 숨결’,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이어 3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 비평 양쪽에서 모두 엄청난 성공을 CDPR에게 안겨줬습니다. 위쳐 드라마 시리즈의 주인공, 헨리 카빌이 스스로 이 게임의 팬임을 자처하며 게임 속 주인공을 보고 검술을 연습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런 CDPR이 게임업계에 새롭게 던진 도전장이 바로 사이버펑크 2077이었습니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했지만 거대 기업의 욕심으로 사회는 완전히 망가져버린 ‘사이버펑크’ 세상에서, 내가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동료의 복수를 위해 마음껏 도시를 누빈다.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위쳐3:와일드 헌트 출시 시점에 약 24폴란드즈워티(약 6800원)였던 CDPR 주가는 무려 5년동안 꾸준히 우상향 해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직전인 12월4일에는 무려 443폴란드즈워티(12만6천 원)까지, 무려 20배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2월10일,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됐습니다. 세계의 모든 게이머가 기다려왔던 게임이 드디어 출시된거죠.
◆ 게임 하나로 대박 난 개발사, 게임 하나로 존폐 위기에 빠지다
발매일 이틀 전인 12월 8일, 엠바고가 해제된 사이버펑크 2077의 평론가 리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종합적인 평가는 “위쳐3:와일드헌트처럼 위대한 게임과 비교할 수 없지만 나쁘지 않다.” 만족스럽지는 않은 리뷰들이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이버펑크 2077이 CDPR의 전성시대를 완전히 끝장내버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발매일인 12월10일, 실제로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하면서 평가는 완전히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머들의 반응은 딱 하나로 종합할 수 있었습니다. ‘총체적 난국’
구형 콘솔(PS4 슬림, 엑스박스 원)에서는 아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습니다. 신형 콘솔(PS4 프로, 엑스박스 원 엑스)에서는 플레이는 가능했지만 무려 7년전인 2013년에 발매된 게임인 GTA5보다도 떨어지는 그래픽 수준을 보여줬죠.
더 심각한 것은 버그들이었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아예 막아버리는 버그에서부터 자동차나 플레이어캐릭터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는 황당한 버그까지, 정식 발매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의 버그가 계속해서 리포팅됐죠. 해외 게이머들은 사이버펑크 2077의 버그 장면만을 모아서 트레일러 영상을 만들어냈고, 국내유저들은 분노를 담아 ‘게임 제목이 사이버펑크 2077이기 때문에 버그 수정은 2077년에 된다’고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당연한 수순으로 CDPR의 주가는 그야말로 폭락했습니다. 아까 2020년 12월4일 CDPR의 주가가 443폴란드즈워티라고 했죠? 게임 발매 후 한 달이 지난 뒤 CDPR의 주가는 239폴란드즈워티까지 떨어졌고, 2021년 5월에는 160폴란드즈워티까지 하락했습니다. 2021년 3월 내놓은, 무려 40GB에 달하는 초고용량의 패치로도 버그를 잡지 못했거든요.
당연히 투자자들은 분노했습니다. 2020년 12월24일 CDPR 투자자들은 미국의 로젠 로펌을 선임해 CDPR을 무려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게임이 진행 불가능할 정도의 버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의로 숨겼다는 이유였죠.
2021년 1월 9일에는 폴란드 경쟁소비자보호국(UOKIK)은 2021년 1월 9일 “앞으로 사이버펑크 2077의 패치 상황을 국가가 직접 모니터링 할 것이고, 제대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CDPR의 2020년 매출 가운데 10%를 환수하겠다”고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게임 역사를 전부 뒤져봐도, 국가가 개별 게임의 패치 상황을 감독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바로 이 사이버펑크 2077이 유일하단 말이죠. 이 힘든 걸 CDPR이 해냅니다.
◆ 스팀평가 ‘매우 긍정적’ 회복, CDPR은 회사와 사이버펑크2077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제가 이제 와서 사이버펑크 2077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죠?
모두가 사이버펑크 2077을 잊고 있었지만, CDPR은 꾸준히, 조금씩 게임을 개선해나가고 있었습니다. 2021년 9월13일 내놓은 1.31패치로 대부분의 버그가 잡히면서 스팀 평가가 ‘매우 긍정적’을 회복했고, 무료 추가 콘텐츠와 추가 스토리 DLC(다운로드 컨텐츠)를 2022년에 내놓겠다는 청사진도 밝혔죠.
2022년 2월16일에는 모두가 ‘갓패치’라고 입모아 칭찬하는 1.5패치가 업데이트 됐습니다. 수많은 무료 콘텐츠 추가가 이뤄졌고 그동안 전혀 개선이 없었던 NPC들의 인공지능(AI) 개선, 최적화와 안정성 개선에도 성공했습니다.
CDPR의 주가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초 157폴란드즈워티까지 떨어졌던 CDPR의 주가는 3월27일 종가 기준 175폴란드즈워티까지 회복됐죠.
물론 여전히 CDPR의 주가는 전성기와 비교하면 처참합니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출시 예고된 스토리DLC, 미구현 콘텐츠 추가 등과 관련된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CDPR은 수렁에 빠진 회사, 그리고 사이버펑크 2077을 다시 영광의 길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한 유저가 최근 스팀의 사이버펑크 2077 상점 페이지에 남긴 리뷰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드디어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이 됐다. 2077년쯤에는 ‘갓겜’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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