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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슈

😢 TSMC에 밀리고 인텔에 치이는 삼성전자 (ft. 파운드리, 퀄컴, 수율, 불량)

쏘울's 큐레이션
파운드리 2위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 TSMC에 밀리고 인텔에 치이게 생겼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사이가 좋던 퀄컴이 최근 TSMC에 일감을 맡기기로 했거든요. 인텔의 첫 고객사가 되기도 했고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던 퀄컴이 다른 파운드리 회사를 힐긋거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율(=불량품이 나오지 않는 비율)' 때문인데요. 수율이 정확히 무엇이고, 파운드리 회사에서 왜 중요한지, 삼성전자의 수율이 어떻길래 퀄컴이 이러는지 알고 싶다면 이번 콘텐츠를 꼭 읽어주세요!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 파운드리: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산업이에요. 요청한 성능에 맞게 반도체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력이 중요해요. 주요 파운드리기업으로는 세계 1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최근 파운드리에 뛰어든 인텔 등이 있어요.

* 나노(nm): 10억 분의 1m를 나타내는 단위. 반도체 회로 폭을 이르는 말이기도 해요.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할수록 성능이 좋아져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위기가 닥쳤어요.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이 차세대 3나노급 AP(Aplication Processor)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TSMC에 맡기기로 한 것.

 

AP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을 통제하는 반도체를 말해요. 퀄컴, 미디어텍 같은 반도체기업이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하죠. 삼성전자, 애플처럼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AP를 만들기도 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퀄컴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어요. 퀄컴은 5나노급 AP 스냅드래곤888을 전량 삼성전자에 맡겼어요. 지난해 말에는 2022년 주력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4나노급 AP 스냅드래곤8의 경우에도 삼성전자가 생산을 담당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어요. 퀄컴은 3나노급 공정에서 삼성전자를 떠날뿐 아니라 4나노급 반도체 일감 일부도 TSMC에 넘겨줬다고 해요. 대체 왜?

 

문제는 수율에 있어요. 수율은 전체 생산품 중에서 판매 가능한 양품의 비율이에요. 쉽게 말해 반도체 100개를 만들었을 때 30개가 불량이면 수율이 70%인 거죠. 당연한 얘기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불량품이 많이 나오면 돈을 벌기 어려워요.

 

반도체 웨이퍼에 대한 수율 개념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TSMC 로고.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4나노급 공정의 현재 수율은 겨우 35% 수준. 반도체를 만들면 절반 이상을 버려야 하니 생산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겠죠. 정해진 물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도 훨씬 길어질 거고요.

 

퀄컴 같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삼성전자 이외에도 세계 여러 스마트폰업체들에 최신 AP를 공급해야 하는데, 수율 35% 수준인 생산라인만 믿고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 

 

삼성전자 3나노급 공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온 것 같아요. 반도체 미세공정은 한 단계 발전할 때마다 기술적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요. 4나노급 공정의 수율이 낮다는 건 그보다 훨씬 어려운 3나노급 공정에서도 높은 수율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특히 삼성전자는 3나노급 공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모험을 하고 있어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FinFET)을 버리고 전력 효율이 더 높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Gate All Around) 구조로 갈아타기로 했죠. 반면 TSMC는 3나노급 공정에서도 핀펫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반도체 공정 비교. 3나노급 공정에서 삼성전자는 GAA를, TSMC는 핀펫을 적용한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급 공정 중 어느 쪽이 기술적으로 우수한지는 반도체업계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고객사를 유치한 성과만 보면 TSMC가 1차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퀄컴이 차세대 반도체를 삼성전자에서 안 만든다고 해서 삼성전자를 완전히 떠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요. 퀄컴은 워낙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어서 최대한 많은 파운드리기업과 협력해야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어요. 

 

퀄컴은 또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의 긴밀한 고객이기도 해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퀄컴 AP가 많이 탑재된다는 사실. 그러니까 ‘삼성전자에서 아예 반도체를 안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퀄컴이 3나노급 공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 같아요. 삼성전자는 TSMC보다 규모가 작은 대신 반도체 미세공정의 기술력을 앞세워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

 

새로운 3나노급 공정의 우수함을 앞세워서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우호적이었던 퀄컴이 수율 문제로 이탈하면 다른 기업을 상대로 파운드리 물량을 따내는 일이 더 어려워지겠죠. 

 

이는 곧 막대한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는 의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사업에 171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삼성전자가 3나노급 공정에서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후발주자한테 따라잡힐 위험도 있어요. 그 후발주자란 바로 최근 파운드리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인텔이에요.

인텔 파운드리사업 20Å 공정의 첫 고객은 퀄컴. (출처:인텔)

 

인텔은 자체적으로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앞으로는 다른 기업의 반도체도 만들어주겠다고 해요. 파운드리사업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에서만 20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어요.

 

또 삼성전자와 TSMC에 뒤지지 않게 미세공정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뜻에서 차세대 공정의 이름을 나노가 아니라 ‘옹스트롬(Å)’이라고 붙이기도 했죠. 옹스트롬은 10억 분의 1m인 나노보다도 10분의 1 더 작은 단위에요.

 

인텔이 소개한 20Å 공정의 첫 고객은 다름아닌 퀄컴. TSMC 이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일감을 빼앗아갈지도 모를 적수가 나타난 셈이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이런 미래 경쟁자에 대한 고민도 덜어내려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수율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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