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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슈

⚙️ ‘8’에서 ‘12’로 넘어가도 좋을까(ft. DB하이텍, 파운드리)

들어가기 전에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개발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산업이에요. 주문받은 반도체가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력, 요구한 물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능력을 모두 갖춰야 해요.

 

◆ 8인치? 12인치?

오늘은 8과 12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 DB하이텍에 대해 알아볼게요.

반도체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DB하이텍을 아실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파운드리를 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죠.

 

이 회사의 특징은 8인치(200mm)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것. 8인치는 반도체 회로가새겨지는 웨이퍼의 직경 치수를 말해요.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PMIC(전력관리칩)나 이미지센서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만들죠.

 

요즘 규모가 큰 반도체기업들은 대부분 12인치(300mm)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어요. 밀가루 반죽이 넓으면 모양틀로 더 많은 쿠키를 찍어낼 수 있듯, 12인치 웨이퍼는 8인치 웨이퍼보다 시간당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웨이퍼 크기가 커질수록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난다. 출처: ICE

 

하지만 8인치 웨이퍼는 12인치 웨이퍼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굳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팹리스들이 DB하이텍 같은 8인치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기곤 해요.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해지면서 8인치 파운드리를 찾는 기업들이 많아졌어요. 덕분에 DB하이텍 실적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상황.

 

DB하이텍 실적(단위: 억 원)

연도 2018 2019 2020 2021
매출 6,693 8,074 9,359 12,147
영업이익 1,130 1,813 2,393 3,991

 

이렇게 돈을 잘 벌다보니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12인치 파운드리에도 도전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8인치 호황에 올라탄 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거죠.

 

 ◆ 12인치를 향한 도전은 가시밭길

당연히 DB하이텍으로서도 내부적으로 12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고민이 많을 거예요. 8인치 파운드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거든요.

 

먼저 8인치 파운드리는 생산능력을 일정 이상으로 키우기가 어려워요. 반도체산업의 대세가 12인치 웨이퍼로 넘어간 지 오래라, 8인치 웨이퍼를 다루는 장비가 귀해졌어요. 이제 새 장비를 구하기는커녕 중고 장비를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 그마저도 수요가 많아 부르는 게 값이라죠.

 

덕분에 DB하이텍은 이미 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데도 생산라인 증설이 제한적인 상태예요. 생산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속 버티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12인치 파운드리 투자는 ‘결정만 하면 고!’가 가능할까요? 천만에요.

 

12인치 파운드리 투자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돈 문제.

 

초기 반도체 산업 투자비용을 보면 8인치 웨이퍼 기반 공장은 7억~13억 달러, 12인치 웨이퍼 기반 공장은 20억~30억 달러가 들었다고 해요. 시간이 흘러 물가와 환율이 달라졌다지만 12인치 파운드리에 8인치 파운드리의 몇 배나 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건 똑같아요.

 

DB하이텍이 최근에 크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투자를 하기에는 아직 체력이 부족해요.

 

또 반도체 장비 부족 문제는 8인치와 12인치를 가리지 않아요. 지금 업체에 장비를 주문해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1년이 넘는다고 해요.

 

생산라인 구축이 오래 걸린다는 건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도 되죠. DB하이텍이 막대한 투자를 해서 12인치 파운드리를 꾸린다고 해도 그 시점에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져서 파운드리 수요가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론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8인치든 12인치든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DB하이텍 입장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DB하이텍 안팎에서는 12인치 파운드리에 꼭 투자해야 하냐는 의문도 끊이지 않아요. 워낙 반도체 수요가 몰리는 바람에 파운드리업계의 반도체 수주가격이 높아지고 있어서 8인치 파운드리가 당분간은 계속 호조를 보일 거라는 관측이 많거든요.

 

 DB하이텍이 8인치 파운드리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매출은 당연히 늘어나게 돼요.

 

 “8인치 파운드리 공급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다.
(DB하이텍의) 2022년 생산은 연간 풀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판매가격 상승도 지속될 것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

 

 ◆ DB하이텍은 화합물 반도체의 꿈을 꾸는가

다만 DB하이텍이 8인치 파운드리를 계속 할지, 12인치 파운드리로 넘어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미 갖고 있는 시설에서 더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방법이죠.

 

DB하이텍의 경우에는 SiC(실리콘카바이드), GaN(갈륨나이트라이드) 같은 화합물 기반 반도체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소 생소하지만 SiC, GaN을 활용해 만들어진 화합물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보다 내구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자동차용 PMIC 분야에서는 고출력, 고전압을 잘 견딜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화합물 반도체가 각광받는 중.

 

그동안 화합물 반도체는 4인치, 6인치 웨이퍼에서 주로 생산됐는데 DB하이텍 같은 기업들이 8인치 웨이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요.

 

조만간 화합물 반도체가 DB하이텍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DB하이텍은 2020년 하반기부터 8인치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2023년 상반기 샘플, 2024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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