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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슈

우주여행 성공, 그 다음은? (ft. 액시엄스페이스, 우주 산업에 투자할 시기는?)

“인류를 위한 위대한 다음 도약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2016년 설립된 민간 우주개발업체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의 홈페이지에 있는 말입니다.

 

거창한 선언에 걸맞게, 액시엄스페이스는 지난 9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인 승무원 4명을 보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같은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 주도의 첫 우주여행에 성공한 겁니다.

우주에 도착한 민간 승무원들(맨 뒤쪽 4명). 출처: 액시엄스페이스

승무원들은 우주정거장에서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나서 현지시각 20일 미국 플로리다로 귀환할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썸렛 독자님들이 기사를 읽을 때에는 모두가 지구에 도착해 환영받고 있겠네요.

 

이번 우주여행은 여러 모로 인상깊었습니다. 먼저 비용을 보면, 승무원 4명 중 액시엄 측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인 출신 3명이 일인당 550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아무리 요즘 플렉스가 대세라지만 675억 원에 이르는 돈을 우주여행 한 번에 태우다니, 대단합니다.

 

승무원들의 이송을 맡은 스페이스X(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그 기업)의 활약도 좋았죠. 스페이스X는 로켓과 우주선 발사 경험이 많은 기업답게 사고 없이 완벽한 우주비행을 보여줬습니다. 화성, 기대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액시엄스페이스가 현재 진행중인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이 충분한 성공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성공적으로 보여줬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단순히 민간인에게 우주관광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세계 각국이 모여 세운 국제우주정거장을 장차 자신들의 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으로 대체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죠.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의 발주를 통해 이뤄지는 사업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존 국제우주정거장에 새로운 모듈을 조립해 부착합니다. 승무원이 생활하거나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한다는 뜻이죠. 이후 이 모듈을 기반으로 시설을 계속 넓혀가 액시엄스테이션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노후한 국제우주정거장이 퇴역하는 2031년 이전에 액시엄스테이션 독자적으로 분리돼 우주정거장 역할을 시작하는 거죠.

민간 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 예상도. 출처: 액시엄스페이스

액시엄스페이스는 액시엄스테이션을 구성하는 첫 4개 모듈과 파워 타워를 짓는 데 30억 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하는 데 무려 1천억 달러가 넘게 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수준. 그동안 기술이 발전했고 민간 주도 사업으로 설계를 효율화해 가능한 일이라고 하네요.

 

액시엄스페이스는 이 자체 우주정거장에서 기업들을 위한 첨단 연구시설과 생산 플랫폼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우주공간의 무중력을 이용해서요.

 

우주처럼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무게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동이 어려워지는 등 불편한 점이 생기지만 일부 첨단 산업에서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어 새로운 합금을 생산할 때는 모든 구성물질이 중력과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돼 균일한 금속 구조를 만들기 쉬워집니다. 또 ‘바이오잉크’를 사용하는 3D 프린터로 혈관, 근육, 내장과 연조직을 쌓아올려 성능이 뛰어난 인공장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뼈와 연골 정도는 프린트할 수 있지만 연조직을 조립하면 무너질 위험이 큽니다.

무중력공간의 3D 바이오프린터 활용 예시. 출처: 액시엄스페이스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우주정거장을 이런 사업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하지만 액시엄스페이스가 액시엄스테이션을 구축한 뒤에는 엄청난 수요가 생기겠죠. ‘메이드 인 우주’ 브랜드가 찍힌 각종 첨단 제품이 시장에 나올 날이 머지 않은 것.

 

실제로 액시엄스페이스는 일인당 수백억이 드는 우주관광보다도 장차 ‘무중력 산업’ 쪽에서 더 큰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액시엄스페이스를 언제 증권가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액시엄스페이스는 현재 기업공개(IPO), 특수목적법인(SPAC) 등을 통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네요. 구체적인 일자는 미정이지만요. 액시엄스페이스의 한참 선배격인 스페이스X도 아직 상장하지 않았으니 시간을 더 들여 기반을 닦는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시장 조사업체 피치북은 2월 기준으로 액시엄스페이스 기업가치가 7400억 달러라고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액시엄스페이스가 본격적으로 차세대 우주정거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매겨질 것은 당연한 일. 

 

우주산업이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진입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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